여호수아 2:1-14

사십년전 열두명 중 하나로 가나안을 정탐하고 돌아왔던 여호수아는 가나안 입성을 앞두고 두사람의 정탐꾼을 보내 약속의 땅을 엿보게 한다. 두사람은 여리고에 가서 라합이라는 기생의 집에 들어가 머물렀다. 라합은 주막을 운영하는 주모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이스라엘 정탐꾼이 여리고 성에 들어왔다는 첩보가 여리고 왕에게 보고되었다. 여리고 왕은 라합에게 사람을 보내어 주막에 유숙하는 자들은 정탐꾼들이니 끌어내도록 협조하라고 명령했다. 라합은 두 정탐꾼을 (이미) 숨겨 놓고 여리고 왕이 보낸 사람들에게 정탐꾼이 와서 머물렀지만, 라합 자신은 그들이 어디서 왔는 지 알지 못한다고 대답하고, 저녁 무렵 나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하지만 급히 따라가면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거짓 정보를 주었다. 여호수아를 기록한 사관은 라합이 두 정탐꾼을 이미 숨겼다고 다시한번 기록한다. 이번에는 지붕에 벌여 놓은 삼대에 숨겼다고 구체적으로 적었다. 여리고 왕이 보낸 사람들은 라합에게 속아 요단 나루터까지 두 정탐꾼의 흔적을 따라나가면서 여리고 성문은 굳게 닫아버렸다. (두정탐꾼은 성문으로 나갈 수 없게 되었다.)

라합은 지붕에 올라가서 숨어 자려던 (정탐을 포기하려던?) 두 정탐꾼에게 여리고 성의 상황에 대해 알려준다. 라합은 주막을 하면서 성내의 소문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라합의 첫마디는 ‘주하나님께서 이 땅을 너희에게 주신 줄을 내가 안다’ 였다. 라합은 정탐꾼들에게 여리고 성 사람들이 심히 두려워 간담이 녹았다고 말한다. 40여년전 출애굽 때, 주하나님께서 홍해를 마르게 하신 일과 아모리 사람의 두 왕 시혼과 옥을 전멸시킨 일을 여리고 성 사람들도 다 들어 알고 있다고 고백한다. 여리고 성 사람들의 두려움을 ‘마음이 녹았고 정신을 잃었다’고 표현한다. 여리고 성 사람들은 넋을 잃고 낙담했으나  라합은 주하나님을 발견했다. 라합은 “너희의 주하나님은 위로는 하늘에서도 아래로는 땅에서도 하나님 (신) 이시니라”라고 고백한다.

라합은 두 정탐꾼에게 긍휼히 여기는 자의 복인 긍휼을 요구한다. 그것도 주하나님의 이름으로 맹세하라고 요구한다. 자신뿐만 아니라 부모와 형제와 그들에게 속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긍휼을 요구한다. 우리 목숨을 죽음에서 건져내라고 한다.

두 정탐꾼은 목숨을 걸고 라합에게 맹세한다. 라합이 두 정탐꾼의 일을 누설하지 않는다면 주하나님께서 여리고 성을 이스라엘에게 주실 때에 인자하고 진실하게 라합과 라합집안 사람들을 대할 것이라고 약속한다. 두정탐꾼은 주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 땅을 주실 때에라고 강조함으로써 라합집안의 구원은 자신들의 권한이 아니라 주하나님의 일임을 명백히 하는 것 같다.

//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던가. 마음이 녹고 정신줄을 놓아버린 여리고 성 사람들 가운데서 라합은 어떻게 정신을 차릴 수 있었을까? 얼마전에 일어났던 아모리 두 왕 시혼과 옥이 진멸당한 사건 만이 아니라 홍해를 가르신 주하나님의 사건을 알았던 것으로 보아, 광야 40여년의 전 여정에 대해서도 알았을 것이다. 주막에서 세상 소식을 들으면서 지내던 라합은 아마도 서당에서 책만 읽는 선비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밝지 않았을까? 여리고 왕이 보낸 사람들에게는 정탐꾼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대답했지만 라합은 다른 민족의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하늘의 하나님을 발견했다. 주하나님을 발견한 라합은 지극히 신약적 여인이다. 긍휼히 여기는 자는 긍휼히 여김을 받는다는 것도, 주하나님을 믿으면 온 집안이 구원받는 것도 알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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