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라의 족보는 ‘낳고 죽었다’로 간단하게 기록되지 않는다. 가정을 세우고 가정을 이끄는 족보다.
데라는 아들 중 아브람 부부와 일찍 죽은 하란의 아들, 곧 손자 롯을 데리고 갈대아 우르를 떠나 가나안 땅으로 출발한다. 가나안으로 가던 데라는 국경 하란에 이르러 그곳에 머물게 된다. 그리고 데라는 끝내 하란에서 생을 마감한다.
데라가 고향 갈대아 우르를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왜 둘째아들 나홀의 가정은 함께 가지 않았을까?
데라는 하나님과 동행했던 노아가 죽기전에 태어났다. 당연히 노아로부터 직접 노아와 동행한 하나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데라가 하나님과 동행했을리는 없다. 데라가 죽은 후에 주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고 명하셨을까? 주하나님께서 갈대아 우리에서 불순종의 삶을 살고 있던 데라에게도 동일한 명령을 하셨을 가능성이 있다. 혹은 갈대아 우르에 있을 때 이미 주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동일한 명령을 하셨고 아브람이 아버지 데라를 모시고 하란으로 출발했을 것이다. 나홀은 아브람에게 주신 하나님의 명령에 동의하지 않고 갈대아 우르에 남았을 것이고 노구의 데라는 아들 아브람을 따라 억지로 하란까지는 왔을 것이다. 그러나 차마 가안안 땅으로 가는 경계를 넘지 못하고 하란에서 버티다 (불순종하다) 죽었을 것이다.
주하나님은 아브람에게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주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고 하셨다. (고향 – 갈대아 우르, 친척 – 나홀 가정, 아버지의 집 – 하란/데라: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때 데라가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겠다.) 주하나님은 아브람으로 하여금 큰 민족을 이루고 복을 주어 아브람의 이름을 창대하게 하시겠다고 축복하셨다. 아브람에게 복이 되라고 말씀하셨다. 주하나님이 복을 주시는 장면은 아담과 노아에게 복을 주시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릎을 꿇게 하시고 주하나님께 충복하도록 ‘하나님나라 기사작위’를 수여하시는 것이다.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자로 임명하시는 것이다. 주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온 땅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도록 온 땅을 축복하는 자가 되라고 하신다. 아브람을 축복하는 자를 주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자가 되도록 축복하시고 아브람을 저주하는 자에게는 주하나님도 불순종하는 자로 저주하시겠다고 하신다.
아브람은 주하나님의 말씀을 따라갔다 (순종했다). 하란까지 함께 왔던 롯도 아브람과 동행했다.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 75세였다고 한다.
주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보여주신 땅은 가나안 땅이었다. 아브람은 아내 사래와 조카 롯과 하란에서 모은 모든 소유와 얻은 사람들(종들)을 이끌고 가나안으로 출발했고 마침내 가나안 땅에 들어갔다. 히브리서 저자가 아브라함이 부르심을 받았을 때 믿음으로 순종하여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떠났다고 기록하는 것은, 아브라함이 가야할 곳이 가나안이라는 것을 몰랐다기 보다는, 주하나님이 가라고 하시는 가나안이 어떤 곳인지, 주하나님께서 어떻게 아브람으로 하여금 큰 민족을 이루고, 어떻게 아브람에게 복을 주시며, 어떻게 아브람으로 하여금 창대케 하시며, 어떻게 아브람이 복이되게 하실 지 몰랐다는 뜻일 것이다.
아브람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자 주하나님께서는 아브람에게 가나안 땅을 아브람의 자손에게 주시겠다고 하신다. 아브람은 주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그곳에다 제단을 쌓았다. 첫 제단은 노아가 방주에서 나와 쌓았다. 제단은 주하나님의 축복/약속에 대한 사람의 마땅한 반응이다. 주하나님과 교제하는 장소다. 아브람은 벧엘 동쪽, 아이 서쪽 사이로 옮겨 (여호수아서를 읽을 때를 기억하면 가나안 정 중앙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주하나님께 제단을 쌓았다. 그리고 주하나님의 이름을 불렀다고 창세기 기자는 기록한다. 에노스 때 사람들이 주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는 기록이후 오랜만에 나오는 표현이다. 다시말해 아브람때 와서 다시 주하나님과 (규칙적으로, 본격적으로) 교제하기 시작했다는 뜻일 것이다. 아브람은 점점 남쪽을 향해 옮겨갔다.
// 믿음으로 아브람은 주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했다. 믿음은 부르심에 대한 순종이다. 말씀에 대한 순종이다. ‘믿는다’는 동사가 따로 있겠지만 오늘은 ‘믿음’은 명사형이고 ‘순종’이 믿음의 동사형이라고 적용해 본다.
사족: 노아도 하나님과 동행한 에녹이 죽은 후 에녹을 눈으로 직접 본 마지막 세대 다음 세대에 태어났다. 아브람도 하나님과 동행한 노아가 죽은 후 노아를 눈으로 직접 본 마지막 세대 데라의 아들이다. 에녹을 본 사람들이 (아담을 포함), 노아를 직접 본 데라도 하나님과 동행하지 못하고 죽었다. 그런데 에녹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노아가 하나님과 동행하고, 노아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브람이 믿음으로 순종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는다. ‘들음’이란 ‘듣고 순종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