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밧단 아람에 도착한다. 창세기 저자는 밧단 아람을 동방의 땅이라고 부른다. 아브라함의 종이 도착했던 우물가를 떠올리게 한다. 야곱은 우물가의 사람들에게 내형제여 라고 부르면서 라반을 아느냐고 묻는다. 그들이 라반을 안다고 하자 라반이 평안한지 묻는다. 그들은 라반이 평안하다고 답하면서 지금 양을 몰고 오는 사람이 라반의 딸 라헬이라고 알려준다. 야곱은 그들에게 양에게 물먹이는 문제에 대해 마치 양치기 전문가처럼 얘기했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 라헬이 라반의 양떼를 몰고 우물가에 도착하자 야곱은 라반의 양떼에 먼저 물을 먹여주고 라헬에게 입맞추고 (인사하고) 소리내어 울며 자기가 라반의 조카요 리브가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라헬은 얼른 달려가서 라반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라반이 달려와서 야곱을 영접하고 집으로 인도했고 야곱은 자기 사정을 낱낱이 라반에게 말했다. 라반은 야곱을 내 혈육이로다 하면서 반겨주었다. 야곱은 일을 잘 했던 것 같다. 한달정도 지나자 라반은 야곱에게 품삯을 주겠다고 했고 야곱은 라헬을 사랑하므로 칠년동안 일할테니 라헬을 아내로 달라고 답했다. 야곱은 라헬을 얻기 위하여 칠년동안 라반을 섬겼다. 창세기 저자는 야곱이 라헬을 사랑하는 까닭에 칠년을 며칠 같이 여겼다고 적는다.
// 아브라함의 종은 우물가에서 아브라함의 하나님을 의지하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도망자 야곱은 라헬을 의지해야만 했다. 라헬에게 물을 얻어 마신 것이 아니라 라헬이 몰고온 라반의 양떼에게 물을 먹인다. 라헬에게 누구냐고 묻지도 않고 (이미 우물가의 사람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고 해도) 자신이 라반의 조카요 리브가의 아들임을 밝힌다. 아브라함의 종은 선물을 주는 자였는데 야곱은 얻어먹는 자가 되었다. 마흔이 넘은 야곱의 도망길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리브가가 말했던 몇날이 칠년으로 훌쩍 늘어났다. 하나님께 평안히 내 아버지 집으로 가게해 달라는 야곱의 서원도 칠년의 세월에 묻히고 만다. 동방 땅은 남자들의 무덤인가보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이삭을 이땅으로 데려가서는 안된다고 종에게 당부했고, 벧엘의 하나님께서는 내가 반드시 너를 (야곱을 가나안 땅으로) 데려 올것이라고 하셨나 보다. 하여간 야곱은 양치는데도 목동 뺨을 쳤던 것 같다. 에서가 며칠씩 집을 비우며 사냥을 다녔다면 야곱은 장막에 머물면서 양이나 염소를 쳤을 것이다. 리브가가 별미를 만들기 위해 야곱에게 새끼 염소 두마리를 가져오라는 것이 그 증거다. 라반은 야곱의 이런 재주를 사고 싶었고 야곱은 첫눈에 반한 라헬을 차지하고 싶었다. 혈육이라고 반겼으면서도 한달만에 계약관계로 바뀌고 말았다. 야곱은 라헬의 곱고 아리따움에 아버지의 집을 잊고 만다. 평안히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하나님께 한 서원을 잊어버리고 만다. 야곱의 도망길은 이렇게 진행된다.
장자의 명분을 샀던 야곱은 이제 라헬을 사기 위해 칠년을 투자하기로 한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문제는 목표에 대한 집착은 정작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잊게 한다는 것이다. “주하나님께서 여기 계시는데 내가 알지 못하였다” 라는 벧엘에서의 고백이 반복되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임마누엘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