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은 바로 자식들과 아내들을 낙타에 태우고 밧단 아람에서 모은 모든 소유물을 이끌고 가나안 땅에 있는 아버지 이삭에게로 몰래 출발한다. 이때 라헬이 라반의 우상 드라빔을 훔쳐 떠났다. 야곱이 떠난지 삼일만에 라반은 야곱이 도망한 것을 알았다. 라반은 그의 형제를 거느리고 칠 일 길을 쫓아가 길르앗 산에서 야곱일행을 따라잡았다.
밤에 하나님이 아람 사람 라반의 꿈에 나타나셔서 야곱에게 선악간에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 라반이 길르앗 산에서 야곱과 장막을 친후 야곱에게 왜 나를 속이고 내 딸들을 칼에 사로잡힌 자 같이 끌고 갔느냐고 묻는다. (야곱에게 팔아 먹어놓고는…) 환송식을 거창하게 해 줄 것인데 왜 자기에게 알리지 않고 도망갔느냐고 묻는다. (번번히 야곱을 잡았으면서도…) 그리고 손자들과 딸들에게 입맞춤을 (작별인사를) 하지 못하게 했다며 야곱을 어리석다고 책망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라반은 형제들과 야곱을 해할 만한 능력이 충분히 있지만 야곱의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이 라반에게 나타나셔서 야곱에게 선악간에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는 말을 전한다.
라반은 이제 자신의 우상 드라빔으로 화제를 바꾼다. 야곱이 돌아가는 것은 옳지만 왜 라반의 신을 도둑질 했느냐고 묻는다. 야곱은 먼저 라반에게 외삼촌이 딸들을 억지로 빼앗을까봐 두려워서 몰래 떠났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라헬이 라반의 드라빔을 도둑질 한 것을 모르는 야곱은 당당하게 드라빔을 누구에게서 찾든지 그는 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라반은 라헬의 거짓말에 결국 드라빔을 찾아내지 못한다.
// 야곱의 양떼와 라반의 아들들의 양떼는 사흘길 떨어져 있어서 라반은 야곱이 떠났는지 곧바로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라헬이 훔친 드라빔을 찾다가 그제서야 야곱이 도망친 것을 알았을 수 도 있겠다. 라반은 처음에는 심판자로 야곱을 쫓아갔다. 그러나 선악을 알게 하시는 분은, 심판하시는 분은 오직 한분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라반에게 심판자의 권위를 주시지 않으셨다. 라반은 이제 우상 드라빔만 찾으려고 했다. 하나님을 만났으면 우상에 대한 미련을 버릴만도 했을 것인데 라반은 결국 강을 건너지 못했다. 라반도 라헬도 밧단 아람으로 야곱을 보내오게 한 것이 자신들의 드라빔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야곱과 함께 계신 하나님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라반은 야곱에게 ‘네 하나님’ 대신 ‘너희 아버지(이삭)의 하나님’ 이라는 표현을 썼다. 거짓과 술수의 드라빔에 사로잡혀 참 하나님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본다. 이것이 다 야곱이 자신과 함께 계시는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지 못하고 거짓과 술수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복을 가져다 주는 하나님을 환영하지만 여전히 거짓과 속임수로 살아가는 이유도 교회가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라반의 드라빔은 지금도 어디선가 ‘하나님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거짓을 속삭인다.
사족: 매일 성경을 읽는 것도, 찬양도, 기도도 성도에게 드라빔이 될 수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함께 계심, 곧 임마누엘이다. 가난해도, 애통해도, 분노가 치밀 때도 온유해야 하고, 의에 주리고 목말라 해도, 긍휼히 여겨야 하고, 마음이 청결해야 하고, 화평해야 하고,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아도 하나님과 함께 함이 복이다. 하나님과 함께 함이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성도가 보기에도 세상이 성도를 보기에도 심히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