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은 더 큰 악을 낳는다.
하만은 모르드개 한사람을 죽이려고 했다가 유다인 전부를 진멸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그런데 아하수에로 왕에게 조서를 받을 때에는 다른 소수민족도 위협할 수 있게 더 악해졌다.
하만이 어떻게 총리의 자리에 올랐을까? 많은 돈으로 매관매직했을 수 있다. 그런데 또하나의 힌트가 7절에 숨어 있는 것 같다. 유다인을 진멸할 날을 받는 장면이다. 무리가 하만 앞에서 제비를 뽑아 날을 받았다. 그렇다면 하만은 박수의 우두머리였을 가능성이 있고 점꽤로 왕에게 접근하여 왕을 꾀였을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니 패전한 왕을 혹하게 하기는 더 쉬웠을 것이다.) 관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다니엘이 총리도 발탁된 것도 저들의 입장에서는 다니엘의 지혜와 총명이 박수와 술객보다 십배나 나았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은 일만달란트 (무게로 따져도 350톤쯤 된다는데)를 움직일 수 있는 재력을 가지려면 무속인의 우두머리가 아니였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모르드개가 굳이 하만에게 꿇어 절하지 않은 이유도 조금은 더 이해가 된다. 하여간 악은 더 큰 악을 낳는다.
하만은 아하수레로 왕을 꼬득인다. 유다민족이라고 꼭집어 말하지 않고 한민족이 왕에게 무익하니 진멸하라는 조서를 내려달라고 청했다. 혹시나 해서 (조서를 집행하는데 필요한) 비용, 은 일만달란트를 부담하겠다고 했다. 이미 판단력을 잃은 왕은 조서의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고 반지를 빼서 하만에게 주며 소견에 옳은대로 하라고 하였다. 이제 하만은 원한다면 유다인뿐 아니라 어느 소수민족도 진멸할 수 있는 권리를 산것이다 다름 없다. 모르드개 한명에서 유다인 전체를 진멸하려는 계획이 다른 소수민족도 원하면 위협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갖게된 것이다.
개역개정 본문은 조서 내용을 ‘모년 모월 모일 하루동안 유다인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죽이고 재산을 몰수하라’라고 간단히 적고 있지만 공동번역에서는 +++ 아래와 같이 풀버전의 조서 내용을 담고 있다.
아하수레로 왕이 읽었을리 없다. 읽어도 자신을 찬양한 앞부분을 일다가 멈췄을 것이다. 하만은 앞에서 자신이 이인자인 것처럼 시작했지만 뒤에 가서는 ‘공직의 제 일인자이며 왕에게는 제이의 아버지인 하만’이라고 왕 위에 자신을 두는 표현을 서슴치 않았다. 조서 어디에도 유다인을 꼭집어 명시하지 않았다. 어느 소수민족이나 ‘유별난 이민족’이 될 수 있다. 하만이 편지속에 지적한 자들이라고만 적었다.
이 조서는 전국으로, 모든 민족에게 선포되었다. 모르드개만, 아니 유다인만 혼돈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악인이 권세를 잡으면 백성이 탄식하느니라”(잠 29:2하)
악인의 꾀를 따르며 죄인의 길에 서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은 자의 전형이다. 악은 모양이라도 버려야 할 이유다. 정결한 마음을 주소서. 성령을 나에게서 거두지 마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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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_1) 그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왕 아하스에로스가 인도에서 에티오피아에 이르는 백이십칠 개 주의 통치자들과 그 예하 지방장관들에게 이 편지를 보낸다. (13_2)수많은 국민들을 통치하며 온 세계를 지배하는 나는 결코 오만스럽게 권력을 남용하지 아니하고 절도를 지키며 관대하게 다스리기로 결심하였다. 그리하여 나의 백성들에게 파탄 없는 평온한 생활을 영원히 보전하여 주며, 나의 왕국에 사는 사람 누구에게나 문명의 혜택과 방방곡곡 어디에든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며, 모든 백성이 열망하는 평화를 이룩하고자 한다. (13_3)그런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두고 나의 자문관들과 협의하였다. 자문관들 중에 하만이란 사람이 있는데 그는 총명하기가 우리 중에 뛰어났고 그의 꾸준한 정성과 변함없는 충성심이 증명된 사람이며 그 지위는 나 바로 다음가는 사람이다. (13_4)그 하만이 다음과 같은 정보를 나에게 알려주었다. 즉 이 땅 위에 사는 모든 부족 가운데 한 못된 민족이 섞여 살고 있는데 그들은 모든 민족을 적대시하는 법률을 가지고 있으며, 언제나 왕명을 거역하여 온 백성의 복리를 보장하려는 나의 통치를 방해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13_5)그러므로 유별난 이 민족이 온 인류와 사사건건 충돌하며 괴상한 법제도를 가지고, 우리 나라의 이익을 해치며 극악한 범죄를 저질러 마침내 이 왕국의 안전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을 생각하고, (13_6)나는 다음과 같이 명령한다. 공직의 제일인자이며 나에게는 제이의 아버지인 하만이 그들에게 보낸 편지 속에 지적한 자들은 금년 아달월 즉 십이월 십사일을 기하여 여자나 어린이를 가리지 말고 인정사정 없이 그들의 원수의 칼로 모조리 없애버리라. (13_7)그리하여 어제도 오늘도 우리에게 반대하는 자들을 단 하루에 힘으로 지옥에 몰아넣고, 앞으로 이 나라가 안정과 평화를 완전히 누리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