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삼일 에스더가 왕앞에 나갔다. (다니엘과 세친구들이 열흘 채식후에 그들의 얼굴이 더욱 아름답고 살이 더욱 윤택하였던 것 처럼, 금식한) 에스더는 왕에게 매우 사랑스러워 보였다. 왕은 에스더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금 규를 내밀었다.) 일단 살았다.
나라의 절반이라 주겠다는 왕의 질문에 에스더는 왕에게 하만과 함께 잔치에 초청했다. (10여년전 왕의 잔치초대에 응하지 않아 폐위된 와스디를 기억하자.) 에스더는 왕이 좋게 여기시거든 참석해 달라고 거부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으며, 하만과 함께 초대함으로 보다 공식적인 잔치로 승격시켰다. (하여간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다.) 하만과 함께 잔치에 참석한 왕은 술김에 다시 한번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겠다며 에스더의 소원을 물었다. 에스더는 내일 한 번 더 잔치에 하만과 함께 참석해 달라고 초대했다. 내일 소원을 말하겠다고 답했다. 에스더도 ‘삼세번’을 의식했었나. 왕의 마음을 확실히 돌려놓을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했는지 신중했다.
왕과 함께 잔치에 참석한 하만은 교만을 너머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았다. 우쭐한 마음으로 잔치에서 돌아오면서 하만은 대궐 문앞에서 (세리처럼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지 못하고 다만 가만히 앉아있는) 모르드개를 보고 마음이 상했다. 집에가서 일단 친구들과 아내를 불러 자랑질부터 했다. 그러나 내일도 왕빼고 자기 혼자만 잔치에 초대받았지만 모르드개 때문에 잔치분위기를 망친다고 불평했다.
남존여비, 여필종부는 지나간 허언이다. (하여간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다.) 하만은 그의 아내 세레스와 친구들의 조언을 따른다. ‘내일 왕에게 모르드개를 나무에 매달라고 청하라.’ ( 왕이 소원을 말하라고 한 대상은 에스더였는데…) 하만은 그 조언을 좋게 여겨 모르드개를 매달 나무를 우선 세웠다. 자기 만족을 위해 살인을 서슴치 않는 오늘날 사회면을 장식하는 기사들과 다름이 없다. 악해도 너무 악하다. 준비부터 악하다.
// 어전의 뜰, 잔치자리, 대궐앞, 하만의 집. 장소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 다르다. 이세상은 세상법을 어겨가면서도 도전해야 할 어전의 뜰이기도 하고, 세상 사람들을 초대해서 삶을 나누는 잔치자리이기도 하며, 세상의 비난을 받으나 묵묵히 신앙을 지켜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레스를 (황금을) 따르는 하만의 집이 되도록 해서는 안된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세상법과 타협하며, 잔치자리에서는 취해 버리며, 불법을 자행해 세상의 비난을 받는, 만몬신을 따르는 하만의 집처럼 되어버렸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니 에스더보다 세레스가 더 많은 세상이 되었기 때문인가?)
교회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 이 아침의 아픔이다. 예수 믿는다 하면서도 나와 내 자식이 잘 된다면 세상의 악함에 묻어가도 된다는 생각, 좁은 길 대신 남들이 다 가는 넓은 길로 가겠다는 생각. ‘그리스도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도 흥하여야 하리라’는 생각을 버리게 하소서. 하나님나라의 잔치에 나를 초대하신 분이 누구신지, 누구와 함께 초대 받았는지, 잔치에 입고갈 예복(삶)은 있는지 더 깊이 생각하는 하루를 기대하며 또 다시 마음에 새기는 구절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요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