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의 기회가 아니라 선교지에 대해 배우는 기회다
선교에 관심있는 성도라면 단기선교를 한두번 꿈꾼다. 아니 단기선교의 경험이 이미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교현장에서는 단기선교를 어떻게 볼까? 물론 선교지마다 다르다.
[제가 현장에 있을 때, 제가 있는 현장에 잠중에서 단기선교팀이 오고싶다고 말하면 ‘선교’라는 생각을 접고 그냥 놀러오라고 말하곤 했다. 성령의 역사를 감히 제한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교는 이미 단기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단기팀의 방문은 선교적이기는 하지만 선교지탐방이나 봉사활동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신나게 놀고 갈 때, 현지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기선교팀의 입장에서는 그냥 놀러간다고 말하기 쉽지 않다. 아무리 적어도 성도들의 헌금으로 지원받아 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기선교라고 쓰고 실제 프로그램은 탐방이나 봉사활동으로 꾸미는 것이 좋고, 많은 프로그램보다는 자유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제가 마지막으로 사역한 캄보디아에 단기팀이 왔다고 하자. 단기팀은 현지에서 터를 닦아 사역하시는 선교현장만 둘러보고 가게 된다. 그러면 십중팔구는 캄보디아 전체를 특정 선교현장과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길거리에서 일반 사람을 만나볼 기회도 없다. 언어도 안 되니 선교사와 선교사를 돕는 전도인들하고만 교제하게 된다. 그러면 캄보디아의 민낯을 볼 수 없다. 복음의 능력을 프로젝트로, 혹은 돈이 필요한 사역으로 느끼게 해 줄 뿐이다. 물론 단기선교팀을 밝히는 선교사들도 있다. 자신들의 선교사역에 꼭 필요해서라기 보다는 단기선교팀이 들고오는 돈주머니 때문이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다면 단기선교팀은 어떻게 꾸리는 것이 좋을까?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기본적으로 현지 선교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그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다면 가족여행을 소위 단기선교의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일반적으로 단기선교팀이 방문하는 지역은 우리나라보다 개발이 늦은 가난한 나라들이다. 따라서 선교지를 경제적 문화적으로 열등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선교지를 경제적 문화적으로 열등한 나라로 보는 색안경은 선교에서 있어서 가장 위험하다. 다름을 열등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이런 색안경을 쓰는 순간, 복음은 선교지 사람들에게 섬김이 아니라 군림의 이미지로 다가간다.
동아시아에서 어떻게 우리나라만 선교가 성공? 했을까? 개인적으로 1907년 평양 대부흥과 관계있다고 생각한다. 평양 대부흥은 1903년 한국에 온 선교사들의 각성을 기반으로 한다. 원산에서 여자 선교사들의 성경공부에 강사로 초청된 하디가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한국인들의 각성이 아니라 선교사들의 각성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들이 죄를 먼저 회개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역사는 기록한다. 이렇게 성령께서 선교사들이 쓰고 있던 색안경을 벗겨 주셨기 때문에 한국인 전도자들을 동등한 동역자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는 복음에 대해 옥토가 되었다.
아직도 많은 선교지에서 선교사와 현지인 도우미들은 수평이 아니라 수직적인 관계다. 이런 모습을 보고 오는 단기선교는 이런 착시를 고착화 시키는 위험성이 있다. 이제 우리는 단기선교를 선교가 아니라 학습이라는 겸손한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단기선교를 꿈꾸는가? 가족여행을 후원하고 있는 선교사님이 계신 곳으로 정하면 좋겠다.